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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금지!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그리 쓰여있는 위협적인 띠로 칭칭 감긴 폐공사 터에 아이는 한 발짝 다가갔다. 아무도 가지 않는 으슥한 곳임에 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눈을 부릅 뜨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갑자기 급한 일이 떠올랐다. 호기심도 내팽개치고 뒤돌아 그만 돌아가려 했지만 아이의 머릿속은 더 갈망하고 있는 생각이 마구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히 맞는 거야, 아니고 그럴 수가 없어. 그리 되새기며 이제는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제 소맷자락을 꼭 쥐고서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묘한 기분에 눈을 꼭 감았다 뜨는 순간 알 수 없는 곳에 와 있었다. 새하얀 빛이 비치는 그곳에는 허름한 가게 하나만이 있었다. 간판에 흐릿한 글씨로, 소원 가게라고 쓰여있었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여 제 머리는 들어가지 말라 아우성침에도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도 더 허름한 가게였다.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며 중앙으로 걸어가자 한 망토를 뒤집어쓴 늙은 남자가 보였다. 그는 의자에 앉아있었으며, 그의 앞에는 의자가 하나 더 있었다. 알 수없는 이끌림에 아이는 그의 앞에 앉고는 말았다. 그러자 그는 주름진 입가를 끌어올리며 해사하게 웃곤 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소원을 빌고 싶어 온 거니? 무엇이든 말해보렴."
분명 여기서 나가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아이는 천천히 입을 땠다.
"해리 포터. 해리 포터 속에 들어가고 싶어요. 물론 마법을 쓸 수 있게요."
"좋다. 하지만 그로 인한 책임은 네게 있단다. 기다리고 있을게, 미래의 나의 학생."
그의 망토가 벗겨지며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눈앞이 하얘지더니 이상한 것으로 또 이동하는 것 같았다. ... 잠시만, 그 노인은 무언가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기시감에 눈을 오랫동안 감았다 뜨자 또 이동해 버린듯 하였다. 다들 망토를 입고는 있는 곳이었다. 또 처음 보는.
"오오, 왔구나. 앨리샤, 이제 입학을 해야겠지. 손 좀 내주련?"
그는 아이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는 아이에게 옅게 웃어 보였다. 그의 옆에서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던 아이는 드디어 깨달았다. 그 노인과 이 남자는 분명 덤블도어였던 것이었다. 호그와트의 교장, 알버스 덤블도어. 당혹감과 놀라움이 뒤섞여 일렁이는 제 마음에 아이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이어오는 알 수 없는 울렁임과 구토감에 잠시 놀랐지만, 해리포터 책을 그리도 좋아하던 아이는 금세 이것이 순간이동임을 깨달았다. 꿈에서 그리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입이 벌어져서는 벙벙하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글로만 읽어왔던 공간을 와서인지 전혀 감을 잡기가 힘들어 끄응,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덤블도어가 앞에 있단 커다랑 문을 열자 드디어 아이가 활짝 웃었다. 이 거대하고도 웅장한 성은 분명 호그와트인 것이었다. 그러기도 잠시, 자신은 머글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아이의 표정이 서서히 굳기 시작했다.
"저기, 저는 마법을 부릴 수 없어요."
"괜찮단다. 너는 소원을 빌었고 이루어졌어. 네가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건 당연해."
"세상에... 믿기지 않아요."
"그럴 만도 하지.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니 말하면 안 돼. 알겠니?"
다행이다. 문제가 하나 풀리니 긴장도 조금은 풀린 건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를 따라 호그와트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거려 영 걸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는 평균보다는 큰, 작지 않은 키였지만 자신보다는 몇 년 씩 더 나이를 먹은 학생들이니 당연한 것이었다. 신기하다는 듯 한번 씩 힐끔 쳐다보고 가는 것이 한두명이 아니다 보니 계속해 느껴지는 시선에 곁눈질로 주위를 잠깐 보고는 덤블도어를 따라 걷기만 하였다. 그래, 교장과 함께 교장실로 가는 간 해리 포터 정도나 있는 일이었으니 당연하겠지. 아이는 그리 생각하며 자신을 안심시켰다.
얼마나 걸었는지, 눈치를 보며 땀을 뻘뻘 흘리며 다니니 벌써 이무기 석상이 눈앞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교장실이 있다는 걸 꺼거야. 눈을 빛내며 멍하니 석상을 바라볼 때였는지, 언젠지. 덤블도어가 암호를 말했는지 석상이 스르르 열리며 길을 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치 책에서 서술돼있던 것과 똑같은 방이 나타났다. 역대 교장선생님들이 있는 액자에, 아름다운 불사조 퍽스. 그리고 자연스레 의자에 앉는 덤블도어까지.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니 다시 한 번 놀라곤 그의 앞으로 다가가 뻣뻣하게 서있었다.
"앉거라."
"... 네."
그의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어찌 될까, 난 입학할까? 그런 자잘한 생각들을 머릿속에 죽 늘여놓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일단 너는 입학하게 될 거란다. 당연한 것이겠지?"
"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겠지만 이 일은 비밀이야.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된다. 네 입학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으며, 이 세계를 네가 발견한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란다. 네가 잘못 입을 놀린다면 어떻게 될진 알 수없다. 다만, 소문이 퍼져나가지만 않는다면 네가 이 사실이 대해 소수에게 언급하는 것은 상관 없어. 알겠니, 앨리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부연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너는 분명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하니. 네 이름은 여기서도 '앨리샤 리버렛' 이며, 이전까지와는 다른 건 이곳에 왔다는 것뿐이야."
그의 말에 아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일어나 아이의 손을 잡았다.
"자, 네게 더 이상 말해줄 건 더 없다. 분명 호그와트 안에서는 순간이동이 불가능하겠지만 지금만큼은 가능하겠지. 너는 이곳에 생긴 오류 같은 존재니까."
또다시 불쾌한 느낌이 덮쳐오자 아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꼭 감고 말았다. 눈을 뜨자 이 전까지와 같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단지 이번에는 익숙한 풍경이었을 뿐이었다. 아이의 집. 아이의 집 앞이었다. 그가 어떻게 제 집을 알고 있는지는 정말로 의문이었지만 아이는 이내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쳐내고는 그를 향해 빙긋이 웃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교장선생님."
"잘 가거라. 입학식 날에 보자꾸나."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사라졌다. 역시나 순간이동이겠지. 그리 생각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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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쓰고 싶을때 쓸게요!